[여의도풍향계] '고무신 선거'의 망령?…정국 흔드는 '돈봉투' 파문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검찰의 칼 끝이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로 향했습니다.<br /><br />바로 송영길 전 대표 당선을 둘러싼 '돈봉투 살포 의혹'인데요.<br /><br />선거판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은 아닌지, 정국이 또 한 번 요동치고 있습니다.<br /><br />이번 주 여의도 풍향계에서 최지숙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.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정치판의 오랜 유령이 지금 여의도를 흔들고 있습니다.<br /><br />2년 전,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다수의 돈 봉투가 뿌려졌다는 의혹인데요.<br /><br />드러난 얼개는 아직 엉성한 수준이지만, 검찰 수사는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.<br /><br />'금권 선거'는 말 그대로 돈의 위력을 이용한 선거입니다.<br /><br />온전한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은 국가에서 나타나는 후진적 매표 행위인데요.<br /><br />당내 선거라고는 하지만, 21세기 한국 정치에 등장한 금권 선거 의혹은 그 자체만으로 새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.<br /><br />요지는 이렇습니다.<br /><br />2021년 5월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후보였던 송영길 후보 캠프에서 9,400여만 원의 불법 자금을 살포했다는 의혹입니다.<br /><br />당시 전당대회 결과는 송 후보의 승리로 돌아갔는데요.<br /><br />송 후보는 접전 끝에 홍영표 후보를 0.59%포인트 차로 누르고 당선됐습니다.<br /><br />검찰 '2021 민주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' 겨냥}<br /><br />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개인 비리를 들여다보던 검찰은 이 씨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에서 돈봉투 살포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 12일, 관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.<br /><br />이재명 대표에 이어 또 한 번 사법리스크 정국을 맞은 민주당은 당혹감 속에 자체조사를 검토했지만, 역풍을 우려해 검찰 수사를 지켜보기로 방향을 선회했습니다.<br /><br />시선은 자연스레 송영길 전 대표에게 쏠렸고, 민주당은 앞서 프랑스 파리에 있던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촉구했습니다.<br /><br /> "정확한 사실규명과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. 이를 위해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는 말씀도…"<br /><br />송 전 대표는 파리 기자회견에서 '사실관계를 떠나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'며 탈당을 선언한 뒤 귀국했는데요.<br /><br /> "가능한 빨리 귀국해 검찰 조사에 당당히 응하고 책임지고 사태를 해결하겠습니다."<br /><br />다만 해당 의혹에 대해선 '알지 못한다'는 입장을 내놨습니다.<br /><br /> "후보가 그런 캠프의 일을 일일이 챙기기가 어려웠던 사정을 말씀 드립니다."<br /><br />만에 하나 사실로 밝혀진다면 한국 정치의 시계를 수십 년 전으로 되돌리는 일입니다.<br /><br />그럼에도 의혹 앞에 선 민주당의 반응이 좀 석연치 않습니다.<br /><br />공식적으로는 신중론을 취하고 있지만, 당내 일각에선 관행쯤으로 치부하며 애써 사태를 축소해보려는 분위기도 읽힙니다.<br /><br />'돈'과 '조직력'이 필수인 선거판에서 흔히 있어온 관행이라는 겁니다.<br /><br />귀국한 송 전 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는 물론, 일부 의원들은 수사 대상 금액을 놓고 '한 달 밥값도 안 된다'거나 '식대 수준'이라는 발언을 해 뭇매를 맞기도 했습니다.<br /><br />공식 사과에 나섰던 이재명 대표는 돈봉투 의혹에 관한 취재진의 질의에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혐의를 받는 여권의 김현아·박순자 전 의원을 들어 되치기에 나섰는데요.<br /><br /> "우리 박순자 (전 미래통합당) 의원 수사는 어떻게 돼 갑니까? 관심 없으신가 보군요."<br /><br />비이재명계에선 국민 불신만 키울 수 있다며 "부적절한 언사"라는 쓴소리도 나왔습니다.<br /><br />일신할 계기를 애써 외면하려는 기류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입니다.<br /><br />지도부 설화와 전광훈 목사 논란에 둘러싸여 곤혹을 치르던 국민의힘은 '도덕성'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.<br /><br /> "도덕 불감증을 넘어서 이제 도덕 상실증에 걸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…저는 끔찍하기 짝이 없습니다."<br /><br />한편으로는 보란듯 김현아 전 의원에 대한 당 차원의 진상조사를 벌이기로 결정하면서 민주당과 차별화에 나서기도 했습니다.<br /><br />그러나 금권 선거의 유혹은 진영을 가리지 않고 선거판에서 되풀이 돼 온 구태입니다.<br /><br />그 중 '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'은 이번 의혹과 닮은꼴로 회자되고 있습니다.<br /><br />박희태 전 의장은 2008년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표최고위원 당선을 목적으로 돈봉투를 건넨 혐의를 받았는데, 고승덕 전 의원의 뒤늦은 폭로가 도화선이 됐습니다.<br /><br /> "4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. 모르는 일이다, 이 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."<br /><br />재판에 넘겨진 박 전 의장은 '교통비 지급 등 관행일뿐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'는 취지로 주장했지만, 재판부는 '위법성과 비난 가능성이 크다'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.<br /><br />더 오래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, 전국 단위 선거에서 대규모 금권 선거가 벌어지곤 했지만 그 끝은 좋지 않았습니다.<br /><br />권력 연장을 위해 각종 불법행위가 자행됐던 3·15 부정선거는 오히려 이승만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졌습니다.<br /><br />1967년 제7대 국회의원 선거는 이른바 '고무신 선거', '막걸리 선거'로 불리는 오명을 썼는데, 농촌 지역에 막걸리와 고무신을 살포하는 매표 행위로 부정선거 논란이 거세게 일었습니다.<br /><br />이 같은 한국 정치사의 부끄러운 단면들은 유감스럽지만 이후에도 최근까지, 지방선거를 비롯한 크고 작은 선거에서 망령처럼 떠돌았습니다.<br /><br />'일단 이기고 보자'는 승리 지상주의와 걸리면 '운이 나빴다'고 치부하는 도덕 불감증이, 어렵게 토대를 다진 민주주의를 훼손해 온 겁니다.<br /><br />정치권이 자초한 불신 탓에 국회의원들은 흔히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, 사실 국가의 근간인 '입법권'이라는 큰 권한을 헌법상 보장받는 위치에 있습니다.<br /><br />동시에 다양한 책무를 지는데, 그 중 헌법 제46조 1항에는 국회의원의 '청렴 의무'가 명시돼 있습니다.<br /><br />그 특별한 권한 만큼, 정치인의 도덕성을 무거운 의무로서 국가 기본법에도 적시한 셈입니다.<br /><br />...